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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사랑의 역사_D에게 보낸 편지] - 앙드레 고르
    What I read/수필, 기행, 기타 2011. 8. 9. 00:56


    2011년 8월 8일 읽다.

    어느 사랑의 역사 - D에게 보낸 편지...
    이 보다 더 절절한 사랑 얘기가 있을까.
    이보다 더 아름다운 사랑 얘기가 또 있을까.

    이 책은 두께가 1cm도 채 되지 않을 아주 얇고 가벼운 책이다.
    그런 작은 책에 무슨 얘기가 많이 담겨있겠으며
    얼마나 많은 감동을 담을 수 있겠느냐 물을 수도 있겠지.
    그러나, 이 책은 그 짧은 몇 페이지 만으로도
    이 세상 그 누구도 감히 보여주지 못한
    아름답고 고결한 사랑 이야기를 전부 보여주고 쏟아내고 있다.

    앙드레 고르.
    사상가이자 언론인인 그는
    1947년 도린과 만나 49년에 결혼했으며
    아내가 불치병에 걸리자 공적인 활동을 접고  
    20여년 간 간호하며 지내다가
    2007년 9월 22일 자택에서 아내와 동반자살한 인물이다.

    끊임없이, 그가 흔들림 없이, 한 길을 걸을 수 있게
    지지하고, 용기를 북돋워 줬던 그의 아내.
    현명하면서도 조건없는 그런 사랑으로 남편을 품었던
    대담하면서도 그릇이 컸던 그런 여인.

    앙드레 고르는 불안했던 젊은 시절을 온전하게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아내 덕분이라고 거침없이 얘기하고 있다.

    가는 길까지 함께할 만큼, 20여년간을 한결같이 아내를 지킬 수 있던
    그 대단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원없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다만, 이 책의 표현이나 내용이 다소 쉽게 읽고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을만큼 현학적인 표현이 제법 많았다.
    (앞으로 철학책을 많이 접하고 싶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말하려는 아내에 대한 사랑과
    아내로부터 받은 사랑과 그에 대한 감사는
    아무리 어려운 표현들로 무장을 했다 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로맨스 소설이 아니더라도
    이토록 지고지순한 사랑을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이
    이토록 지극히 현학적이고 철학적인 글로도
    사랑을 논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기도, 대단하게도 느껴졌다.

    마지막에 눈물이 날 것 같던 문장이 있었다.
    그 문장을 끝으로 세상에 다시 없을 것 같은
    이 아름답고 지고지순한 사랑 얘기를 마무리 할까 한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나는 내 앞에 있는 당신에게
    온 주의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그걸 당신이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은 내게 당신의 삶 전부와 당신의 전부를 주었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 동안 나도 당신에게
    내 전부를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이제 막 여든두 살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쉰여덟 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요즘 들어 나는 당신과 또다시 사랑에 빠졌습니다.
    내 가슴 깊은 곳에 다시금 애타는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내 몸을 꼭 안아주는 당신 몸의 온기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입니다.
    밤이 되면 가끔 텅 빈 길에서,
    황량한 풍경 속에서,
    관을 따라 걷고 있는 한 남자의 실루엣을 봅니다.
    내가 그 남자입니다.
    관 속에 누워 떠나는 것은 당신입니다.
    당신을 화장하는 곳에 나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의 재가 든 납골함을 받아들지 않을 겁니다.
    캐슬린 페리어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세상은 텅 비었고, 나는 더 살지 않으려네.

    그러다 나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의 숨소리를 살피고,
    손으로 당신을 쓰다듬어봅니다.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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