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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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18일] 붉은 노을안녕, 레오! 2019. 5. 20. 23:48
토요일...... 이 날은 우리 레오가 늘 산책을 다녀온 후, 엄마 아빠와 함께 목욕을 하는 날이다. 레오가 떠난 후, 처음 맞는 토요일. 온종일 레오 생각이 나서 화장실도 못 가겠더라. 그래서 남편과 또 도피 외출을 감행했다. 이번에는 친정 나들이. 우리 레오가 너무 좋아하던 수박, 아직 반통은 그대로 남아있고, 잘라놓은 통도 두 통이나 있는데 버리기도 뭐하고 그래서 남은 반통을 친정 부모님께 가져다 드릴 겸, 친정 아빠 자동차 폐차도 도와드리려고 발걸음했다. 은퇴하시더니, 이제는 운전하기 싫다고 하셔서 제법 멀쩡한 차였는데, 폐차하기로 결정. 그 얘기가 올 초에 나온 얘긴데 차일피일 미루다, 이런 상황이 다가오니 이제서야 처리해야겠다 싶더라. 아니, 이 일 핑계로 집 밖으로 도망갈 수 있었던게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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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17일] 우리 레오는......안녕, 레오! 2019. 5. 17. 22:43
아직 4살 밖에 안 된 녀석이었어요. 이름은 레오에요. 줄여서 레오라고 부르는데 풀 네임은 스파르타의 왕 '레오나이다스(Leonidas)' 이름을 따서 레오나이다스였어요. 다들 밀림의 왕, 사자 레오인 줄 알더라고요. 작년 12월 중순 갑자기 척수염이 찾아왔었어요. 다행히 스테로이드 약에 반응하는 병이어서 아예 못 걷던 녀석이 2월 이후로는 잘 걷고, 어제 갑자기 쓰러져서 하늘 나라 가기 바로 직전까지 밥도 잘 먹고 엄마 보고 꼬리도 흔들던 녀석이었어요. 게다가 걷기 시작한 이후로는 꼬박꼬박 재활하느라 산책도 잘 했던 녀석이고요. 최근엔 너무 잘 걸어서 조만간 완치 판정 받겠구나 하던 녀석인데, 너무나 허무하게, 정말 너무 허무하게 갔어요. 밥까지 잘 먹고, 좋아하던 관절 영양제, 치즈에 싼 약까지 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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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17일] 영화를 보고 오다.안녕, 레오! 2019. 5. 17. 22:10
집에 있으면 자꾸 녀석 생각이 나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남편과 같이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악인전'. 급하게 예매하느라 자리가 없을 줄 알았는데(오늘이 금요일이기도 했고) 다행히 자리는 많았다. 집에 레오 혼자 두고 나가는게 마음에 걸려서 레오의 두개골 유골로 만든 스톤을 하나 챙겨서 소중히 보듬고 함께 나갔다. 늘 짧지만 어딘가 밖에 혼자 두고 나갈 때마다 늘 마음에 걸렸었는데.(물론 녀석은 늘 우리가 나가고 없으면 편안하게 잠을 청하는 것 같았다. 어려서부터 늘 엄마 아빠가 함께 있어서 이 녀석은 분리불안 같은 건 모르는 녀석이었다. 한번도 짖는 경우도 없었고. 참 착한 녀석이었다. 아, 잠을 청하는 건 집에 설치해 두고 나가는 카메라 덕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어찌나 편하게 자는지. 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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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5. 17] 가슴이 뻥 뚫린 것 같다.안녕, 레오! 2019. 5. 17. 16:33
가슴이 뻥 뚫린 것 같다. 미칠 것만 같다.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늘 집에 있던 녀석이고, 나도 늘 녀석 곁에서 일했기에 녀석의 부재가 날 미치게 한다. 어딜 돌아봐도 녀석과 함께 한 추억 뿐인데. 아무나 붙잡고 나 힘들다고, 죽을 것 같이 힘들다고, 나 좀 위로해 달라고 매달리고 싶다. 아무하고라도 이 슬픔을 나누고 싶은데 이해해줄만한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고, 비슷한 슬픔을 겪고 있는 이와 함께 하고 싶은데 어찌해야 좋을지 아무 것도 모르겠다. 녀석은 내가 이렇게 힘든지 알까. 녀석이 하늘에서 걱정할까봐 애써 웃으려고 하는데도 그저 눈물만 난다. 누군가 내 머리를 망치로 세게 때려 기억을 잃게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무지개 다리 너머서 잘 놀고 기다리고 있을 거란 말. 지금은 아무런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