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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18일] 붉은 노을안녕, 레오! 2019. 5. 20. 23:48
토요일......
이 날은 우리 레오가 늘 산책을 다녀온 후, 엄마 아빠와 함께 목욕을 하는 날이다.
레오가 떠난 후, 처음 맞는 토요일.
온종일 레오 생각이 나서 화장실도 못 가겠더라.
그래서 남편과 또 도피 외출을 감행했다.
이번에는 친정 나들이.
우리 레오가 너무 좋아하던 수박, 아직 반통은 그대로 남아있고, 잘라놓은 통도 두 통이나 있는데 버리기도 뭐하고 그래서 남은 반통을 친정 부모님께 가져다 드릴 겸, 친정 아빠 자동차 폐차도 도와드리려고 발걸음했다.
은퇴하시더니, 이제는 운전하기 싫다고 하셔서 제법 멀쩡한 차였는데, 폐차하기로 결정.
그 얘기가 올 초에 나온 얘긴데 차일피일 미루다, 이런 상황이 다가오니 이제서야 처리해야겠다 싶더라.
아니, 이 일 핑계로 집 밖으로 도망갈 수 있었던게지.
아쉽게도 폐차는 자동차 정리만 해놓고 서류만 준비한 상태로 월요일에 따로 진행하기로 했고.
수박은 드렸고, 우리가 안 되어 보였는지 점심 먹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맛있는 거 먹자며 또 먹었다.
집에가서 밥 먹기도 싫고 그래서 입맛이 없는데도 꾸역꾸역 집어 넣었다.
자고 가라는 걸 레오 혼자 집에 둘 수 없어서 집에 간다며 다시 나왔다.
나와서는 그동안 구매를 미뤄오기만 했던 XBOX 1X를 구매하려고 테크노마트로 향했다.
PS4도 집에 있는데 남편은 미디어 플레이용으로 XBOX 1X를 예전부터 갖고 싶어했다.
물론 XBOX가 최초로 나왔을 때도 구매해서 진짜 헤일로도 둘이 열심히 같이 하곤 했던 기억도 한 몫했고.
이번에도 XBOX사서 같이 헤일로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자며 구매하러 갔는데 안 팔더라......
PS4 쪽은 문전성시를 이루더만......
난 내심 PS4 타이틀이라도 하나 더 구매하길 원했는데 이미 XBOX 1X에 단단히 꽂힌 남편은 기어이 용산가서 사자고 하더라.
용산 도착하니 이미 시간은 6시가 넘어서 토요일이고 해서 다 퇴근하고 없을 줄 알았는데 역시나 있더라.
그래서 고민하지도 않고 바로 구매했다.
XBOX 1X + 한정판 레드 패드까지.
둘 다 알고 있었다.
충분히 충동 구매라는 것을.
그리고 너무 슬퍼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슬픔을 이겨낼 수만 있다면, 아니 잊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XBOX 1X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하늘이 온통 붉게 노을로 물들어 있더라.
평소 같으면 노을을 보고 아름답다며 감탄했을텐데.
그 날은 울컥하며 눈물이 쏟아지더라.
마치 내가 레오가 너무 그리워서, 보고 싶어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 피눈물이 하늘을 적시고 있는 것 같았다.
평소에 풍경 사진도 많이 찍는데 그 날은 사진으로도 담을 수가 없더라.
너무 가슴 아프고 슬퍼서 도저히 기록으로 남길 수가 없더라.
나중에라도 다시 보면 또 울컥할까봐.
노을을 보며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다시금 정적이 내려앉았다.
다시 아무도 없는, 레오가 없는 공허함만 가득한 집으로 향하는 길.
발걸음이 왜 이리도 무거운지.
편안한 안식처로 가는 가벼운 마음이 아닌, 어딘가 무거운 공허함이 짓누르는 엄청난 중력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느낌.
언제쯤이면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질까.
언제쯤이면 노을을 보고 순수히 감탄할 수 있을까.
그 날이 올 때까지 나는 계속 글을 써야겠다.
이것이 내가 유일하게 내 마음을 덜어낼 수 있는 길이고, 내 마음을 열어볼 수 있는 길이고, 내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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