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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5월 17일] 우리 레오는......
    안녕, 레오! 2019. 5. 17. 22:43

    아직 4살 밖에 안 된 녀석이었어요.

    이름은 레오에요.

    줄여서 레오라고 부르는데 풀 네임은 스파르타의 왕 '레오나이다스(Leonidas)' 이름을 따서 레오나이다스였어요.

    다들 밀림의 왕, 사자 레오인 줄 알더라고요.

     

    작년 12월 중순 갑자기 척수염이 찾아왔었어요.

    다행히 스테로이드 약에 반응하는 병이어서 아예 못 걷던 녀석이 2월 이후로는 잘 걷고, 어제 갑자기 쓰러져서 하늘 나라 가기 바로 직전까지 밥도 잘 먹고 엄마 보고 꼬리도 흔들던 녀석이었어요.

    게다가 걷기 시작한 이후로는 꼬박꼬박 재활하느라 산책도 잘 했던 녀석이고요.

    최근엔 너무 잘 걸어서 조만간 완치 판정 받겠구나 하던 녀석인데, 너무나 허무하게, 정말 너무 허무하게 갔어요.

    밥까지 잘 먹고, 좋아하던 관절 영양제, 치즈에 싼 약까지 잘 먹고 돌아다니던 녀석이 갑자기 털썩 쓰러지더니 심 정지가 와서 들쳐업고 병원가는 사이 갔어요.

    병원에서 10분넘게 CPR했는데......

     

    완치 기대하던 녀석이었고, 그저께까지도 산책 잘 하고, 잘 놀던 녀석이 갑자기 쓰러져 가버리니 너무 황망했어요.

    어제 녀석을 장례식장에서 화장하고, 일부는 스톤으로, 일부는 유골로 갖고 집에 왔어요.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이 사실이 믿기지가 않아요.

    늘 집에 함께 있던 녀석이라 집 모든 구석구석 이 녀석 흔적이 없는 곳이 없는데.

    집에 있어도 슬퍼서 죽을 것 같고, 집 밖을 나가도, 집에 들어오면 뛰어나와 줄 녀석이 없다는 생각에, 이름 부를 녀석이 없다는 생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슬퍼 죽을 것 같아요.

     

    남편이랑 저랑 둘만 있는데. 

    집이 너무 조용하니까 둘 다 너무 힘드네요.

    이 넓은 집 갈 곳이 없어요.

    어딜가도 녀석과 함께 한 기억 때문에요.

     

    조금이라도 오래 살다 갔더라면, 

    힘들게 투병하다가 갔더라면,

    이제 아프지 않은 곳 갔다고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것 같은데.

    완치 생각하고 있다가 갑자기 쓰러져 손쓸새도 없이 가버리니 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요.

     

    슬픔을 나누면 줄어야 되는데, 남편과 저는 붙잡고 울 때마다 슬픔이 더 해지는 것만 같아요.

    언제쯤이면 웃으면서 레오 얘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아이 먼저 보내신 선배님들, 저 좀 도와주세요.

    너무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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