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0일 - 21일 읽다.
연휴 느낌도 내고 싶고,
짜증난 심신도 달래고 싶고,
날 힘들게 하는 모든 문제들을 다 잊어버리고 싶어서
들게 된 책이다.
결론은,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레이나와 함께
싸우고, 울고 웃으며 흠뻑 빠져들었다는 것...
그로 인해 그 시간만큼은 복잡한 문제들과
날 힘들게 하는 일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숱하게 보아왔던 소설 속의 여주인공들은
대체적으로 두 가지 종류로 분류해 볼 수 있다.
한없이 순수하고 여리고, 착하기만한,
그래서 보호해 줘야만 할 것 같고,
사랑해 줘야만 할 것 같은 그런 여인들...
또 다른 한 종류는
너무 완벽한 여인들.
고강함과 어떠한 상황에도 지지 않고 이겨내는 꿋꿋함과
더불어 현명하거나, 지략이 넘치거나,
고고한 무공이 있다거나 뭐 그런 식...
스스로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완전무결한 여주인공이
그녀만큼이나 완벽한 남주인공을 만나게 되는 그런 종류...
이 책의 기사, 레이나는 이 두 종류 중 그 무엇도 아니었다.
아주 다분히 현실적이라고 해야할까.
어느 정도 실력이 있긴 하지만,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만큼
고강한 것도 아니오,
그렇다고 마냥 순수하고 착하기만한 레이디도 아니었다.
그저 어려운 집안을 위해 기사가 될 수 밖에 없었고
뛰어난 궁수요, 웬만한 남자와 비등할 만큼의 기사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최고까지 불릴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던 것이다.
지휘관으로서의 자질이 충분한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가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장미가 아닌 잡초 같은 여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향을 갖고 있을 것 같은 여인이었다.
막역한 친구, 게일의 반전도 참 가슴을 뜨겁게 했고
끝까지 믿음을 잃지 않고 지켜봐 준 남자 주인공, 리엄의 모습도
충분히 멋졌고, 그의 모습이 상상이 될만큼 마음에 새겨졌다.
여기서 떼어놓을 수 없는 조연들이 레이나의 막내 여동생 셀린과
레이나의 한 때 철전지 원수였던 레오 베르나르.
이 레오의 모습도 쉽게 상상이 되었고,
그와 함께 있을 셀린의 모습도 상상이 되었다.
상상 속의 레오의 모습은...리엄만큼 참 압도적으로 멋진 사내였다.
위험한 광포한 그의 눈빛은 리엄의 눈빛보다
더 치명적인 매력을 갖고 있을 것만 같단 생각도 들었다.
십자군 원정으로 시작해 프랑스-영국 간 영토 다툼의 싸움까지 그려낸 작품으로
끝날 때까지 지루하다는 느낌 하나 없이
호흡을 유지하며 끝까지 달리게 했다.
오랫만에 레이나와 함께 설레며 달려보았다.
참 괜찮은 필력과, 작품이었단 생각이 든다.
다음은 뭘 읽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