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29일 - 31일 읽다.
형만한 아우는 없다고 했지.
그리고 늘 속편은 재미가 없기도 했다.
그런데 이 꽃무릇!!!!!
떨어지는 꽃, 흐르는 물 이야기의 속편, 또는 2부라고 알고 있었고
큰 기대를 갖지 않고 그저 이새인 작가의 필력에
또 한 번 놀랄 수 있게 되길 소망하며 무심코 집어든 책이었다.
하! 근데 그런 내 생각을 비웃듯,
이 책, 정말 강렬한 여운과 감상을 심어주었고
며칠 간, 아니 아~주 오랜 시간 이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
잠못 이루게 될 밤들이 두려워 지게 만든 책이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감정 표현에 당당하고 솔직한 여주인공, 위여원.
그녀는 떨어지는 꽃, 흐르는 물 이야기의 두 주인공인
상화와 호연의 딸이다.
순진하고 청아하면서도 당돌하기까지 한 그녀를 보고 있는 내내
참 기분이 좋았다.
그런 그녀이기에 얼음과도 같은 차가운 백염마왕, 하반을
한 번에 제 것으로 만들고 따뜻하게 녹여내었으리라.
많은 소설 속의 여인들은 소극적이고
남성들에게 의존하며 그들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갸냘프고 한 없이 보호해 주고픈 그런 여인으로 그려질 때가 많은데
여원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여리지만 강하고, 늘 솔직하고 마음을 숨기지 않는 그녀의 매력에
푹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반은 또 어떠한가.
그의 본색을 보면 누구나 살아남는 이가 없다 할 만큼
냉정하고 차가우며 고강한 무공을 지닌 그가 아닌가.
하지만 마음을 내어준 이들에게는 또 한 없이 정을 주는 이 이기도 했다.
마음 가득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왔던 그이지만
그 누구보다 듬직한 적련방의 방주였고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참고 지키고, 인내할 줄도 알고
모든 것을 버릴 줄도 아는 그런 이였다.
여기 나오는 말 중 가장 마음에 와닿는 말이 있다.
첫 번째가
함인(含忍)
마음 속에 품고 견딘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좌사우사중언하심(左絲右絲中言下心)
이는 파자이다.
왼쪽에 실 사자, 오른쪽에도 실 사자, 중간엔 말 언자, 아래엔 마음 심자,
그것을 합치면
연(戀)이 된다.
사모할 연, 사랑한다는 뜻이다.
이 두가지의 말 모두 하반이 여원에게 몰래 보인
자신의 마음자락인 것이다.
어찌나 별 것 아닌 글자들이 마음 속에 쏙쏙 들어와 박히는지...
참 신기했다.
중간에 가슴이 아플만큼 그들에게 시련이 닥치기도 하지만
그 시련이 있었기에 그들의 사랑이 더욱 빛이 날 수 있었고
그들의 인연이 더욱 소중하게 엮이는 것이기에
참 아프게 지켜보면서도 언젠가는 해맑게 웃을 날이 그들에게 오리라
생각하면서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달렸었다.
그들만큼 가슴아픈 사랑을 했던 강율 역시...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그 역시 한 여인에게는 그저 지고지순한 사랑을 바치던
그런 사내였으므로...
모든 것을 다 가지고도 결코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랑인 것이다.
그들의 뒷 이야기를 좀 더 엿보고 싶었는데
너무 욕심이었을까.
생각보다 뒷 이야기가 짧아서 못내 아쉬웠다.
작가 후기를 보니, 여원의 오라버니, 지엽에 대한 얘기도 구상중이신 것 같던데
그게 사실이라면 빨리 3부를 보고 싶어졌다.
지엽 역시 꽃무릇에 잠깐 출연했지만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겨줬기 때문이다.
왠지 지엽의 사랑은 더 애달프고 더 절절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작가가 지엽의 사랑을 너무 힘들게 만들지 않아주길 바래본다.
최근 읽었던 '단 하나의 표적'이 가장 강렬한 책이었고
당분간 그에 필적할 만한 책은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근데 여원과 하반의 사랑이라면
충분히 강욱과 준희의 사랑에 필적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여운을 좀 더 오래 붙잡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