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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 김윤수What I read/로맨스 2013. 10. 20. 23:10
2013년 10월 18일 읽다.
단 몇 시간 만에 읽어내릴만큼, 흡입력 강한 책.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절판이라는 점에선
소장하고 있는 게 좋겠으나
다시 읽을 것 같지 않은 데다가
나랑은 심하게 맞지 않는 듯 하여
소장 여부가 심히 고민 되는 책.
이런 책이 또 있었지.
이선미의 '국향 가득한 집'
이 책 역시 절판이라 소장하는 게 좋은데
왜 이 책을 이토록 어렵게들 구하는 걸까?
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가 뭘까가
심히 궁금해졌던 작품이었다.
암튼, 김윤수 작가의 작품 중
불면증을 최고로 치는 사람들이 제법 있던데
내게 있어서는 이 작가의 작품 중 이전에 읽었던
'위험한 아이들'보다 불면증이 별로란 생각이 든다.
한때는 미치도록 사랑했던 남편의 지속적이고 습관적인 외도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쳐버린 그녀, 이한주.
그녀에겐 그런 아빠를 좋아하는 딸도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 엄마의 외도를 우연히 목격하곤
아무 생각없이 아빠에게 얘기했다가 집안이 쑥대밭이 되고
함께 살지만 전혀 자기를 돌봐주지 않는 부모들 밑에서
학대아닌 학대를 받고 자라며 심한 우울증을 앓게 된 남자, 서진형.
심지어 이 남자, 사이코패스적 모습을 가진 어찌보면 위험할 수도 있는 남자.
한주는 우울증 치료 때문에, 진형은 고질적인 불면증으로 인한 수면제 처방 때문에
정신과 병원을 다녔고, 거기서 우연한 만남이 시작되었는데.
애 딸린 유부녀와 미혼남의 만남.
이 둘의 만남치고 결과가 결코 흔하지 않았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고,
작가의 필력 역시 대단해서 끝까지 긴장감을 가져갔다는 점이 좋았다.
그러나 결코 다시 읽을 것 같지 않다고 여긴 이유,
나와는 정말 맞지 않다 여긴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책을 덮은 후 딱 바로 드는 생각과도 같았던 그것은 바로
"이건 사랑이 아냐."
정말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건 사랑이 아니다.
집착일 뿐이다.
집착도 사랑의 한 형태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사랑은 쌍방이 서로 행복해야 하고, 이 사랑으로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사랑은 말이다.
진형은 모든 것을 원하는 방식과 형태로 완벽히 가졌다.
하지만, 한주는 아니다.
한주는 결코 그 결말이 스스로 본인이 원하던 이상적인 결말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 결말을 위해 자신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어쩔 수 없이'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인륜을 구하기 위해 천륜을 버렸다.
그게 최선이었을까?
진형의 사랑은 정말 사랑이었을까?
한주의 사랑은, 후회 없는 사랑이었을까?
평생 가슴에 묻을 수 밖에 없는 커다란 후회가 있지 않을까?
그런 후회를 평생 안고 사는 그 삶은 천국일까? 지옥일까?
그리고 그런 후회를 안겨준 파트너가 마냥 사랑스럽기만 할까?
글쎄. 난 아니다.
어떻게 상대에게 소중한 것을 버리도록 강요하는 게 사랑이란 말인가?
물론 한주 그녀 스스로가 내린, 자유 의지에 의한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정말 그게 처음부터 그렇게 선택을 하려 했던 것일까?
아니면 상황에 몰려 그런 선택이 부지불식간에 '종용'되었던 것일까?
난 후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한주라면 그러한 선택,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진형이 그 정도로 절박하고 끔찍한 선택을 할 정도의 정신력이라면
내 상황을 더 이해해주길 바라고, 그 정신력으로 기다려 달라고 얘기했을 것이다.
결국 사랑이란 상대방을 이해하고 참아주고 기다려 주는 과정도 필요한 것이니까.
그러한 배려가 필요한 것이니까.
어린애처럼 일방이 떼를 쓴다고 결속될 수 있는 사랑이 아니니까.
그래서 이 책은 구하기 힘든 절판임에도 불구하고
소장여부가 심각하게 고민되는 것이다.
'사랑'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이러한 사랑도 있어요.' 라고 생각하며 보기엔
너무나도 큰 반감이 생기니까.
하지만 정말 흔하지 않은 소재와 전개, 그 긴장감은
대단한 작품이라 여겨지고,
다음에 읽어볼 작품들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해준다.
불면증!
난 내 주변에 이런 남자가 있다면
무서워서 잠을 못 이루는 불면증이 절로 찾아올 것 같다.
이 남자, 결코 사랑해 줄 수 없는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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