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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한 그림자의 춤] - 앨리스 먼로
    What I read/소설 2014. 8. 18. 22:17




    2014년 8월의 어느 날 시작해서 8월 18일에 끝내다.


    작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이랜다.

    내게 어떤 마법을 보여줄까 기대하며 책을 집어 들었다.

    이해하기 어렵고 난해한 퍼즐같은 작품은 아니길, 부디 나도 노벨 문학상을 수여한 심사위원들이 앨리스 먼로의 작품을 읽고 느꼈을 법한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독자이길 바라며 읽기 시작했다. 

    단편 소설들의 모음집이라서 흐름이 길지 않아 좀 더 읽기 용이할 것이라 생각하면서.


    번째 작품, '작업실'을 읽을 때만 해도, 순순히 잘 읽히는 것이 반갑기도 하고, 지금까지 접해왔던 것과는 다른 낯선 묘사와 흐름, 심리 상태를 따라가는 내내 '기이하다'라고 느꼈던 것 같다.

    번째 작품, '나비의 나날'을 읽을 때도 낯선 느낌과 묘한 기분을 느꼈으나,큰 감정의 동요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그러다 세번째 작품, '떠돌뱅이 회사의 카우보이'를 읽는데 가슴이 멍해질 정도로 뭉클한 무언가가 강하게 나를 쥐고 흔드는 것이 아닌가.

    한참을 내 마음을 흔들었던 그 문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 문장을 되뇌고, 또 되뇌어 보았다.


    '그리하여 아버지는 운전을 하고 남동생은 토끼가 지나가나 길을 살피고 나는 우리가 차에 타고 있던 아까 그 오후의 마지막 순간부터 거꾸로 흐르면서, 어리둥절하고 낯설게 변한, 아버지의 삶을 더듬는다. 마치 마술을 부리는 풍경처럼,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는 친근하고 평범하고 익숙하다가도 돌아서면 어느새 날씨는 변화무쌍하고 거리는 가늠하기 어려운, 끝끝내 알 길 없이 바뀌어버리는 풍경 같은 그 삶을.'


    그 이후로 읽는 모든 하나하나의 작품이 다 그러했다.

    앨리스 먼로는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꺼내어 들추고 - 아니 익히 생각하고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 , 더 나아가 생각하고 행했을지도 모를 결코 낯설지 않은 행동과 심리적 흐름들을 보여주며 사람을 흔든다. 

    그녀는 어딘가 내면 깊은 곳에 숨겨뒀던 죄책감을 간지럽히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반전으로 멍하게 만들기도 했다.

    다음 날이면 잊혀질 가벼운 일회성 유희를 던지는 작품들과는 달리 긴 여운을 남긴다.

    마치 은밀한 잘못이라도 하는 양,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듯, 마음 어딘가가 묘하게 두근거린다.

    낯선 풍경임에도 섬세한 묘사 덕분에 작가와 같은 공간을 바라보고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황량하고 외롭고 낯설고 순박하고 오래되고 낡은 듯한 풍경이 결코 아름다움을 보여주진 않지만, 작품 속 인물들의 삶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아주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있을 법한 일들도 어떻게 묘사하고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평범한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이토록 반짝반짝 스스로 빛나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그를 가능케 한 것이 그녀의 삶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두고두고 꺼내어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그녀의 다른 작품,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이라는 작품도 있는데, 얼른 꺼내어 읽어보고 싶다.

    또 다른 누군가의 살아있는 삶으로 나를 안내해 줄 그녀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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