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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몽] - 민추리
    What I read/로맨스 2014. 7. 9. 22:41




    2014년 7월 8일 읽다.



    로맨스 소설이라는 장르로 봤을 때 이 책은 결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그러나 그냥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나름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주 윤월.

    총명하고 재기 넘치는 사람.

    그러나 '노비'라는 신분의 굴레 속에서 날개를 결코 펼칠 수도,

    스스로의 꿈을 꿀 수도 없는 가녀린 처지.


    남주 창천.

    제 2황자로 차기 황위를 이어받기에 가장 적합한 자질을 가진 뛰어난 이.

    그러나, 그 자질이 황제인 아비의 자리를 위협한다 여겨져

    아비로부터 냉대와 천시를 받는, 그리하여 윤월과 마찬가지로

    날개를 펼칠 수도, 스스로의 꿈을 펼쳐보일 수도 없는 서글픈 처지.


    이 둘의 차이라곤 무엇으로도 메꿀 수 없는 신분의 차이만 존재할 뿐.

    신분을 무시한다면 가장 좋은 벗이 되기에도 좋은 사이인 이들.


    천단제에서 일단의 소동이 일어난 이후,

    재기 넘치게, 용기 있게 위기를 극복한 한 '봉행사'의 뒤를 캐던 황자 창천은

    그 실마리가 예조령의 집에 있다고 여기고

    한 눈에 반한, 그리하여 벗으로 삼고픈 그 '봉행사'를 찾으러

    예조령의 집을 찾게 되고, 그를 찾기 위해 일을 벌이는 창천.

    그리하여 그가 찾은 봉행사는 귀족가의 자제도 아닌

    세상 그 누구의 발 아래보다 더 낮은 데 있는 노비, 그것도 여 노비, 윤월이었다.


    그녀를 벗으로 삼고자, 그녀를 곁에 두고자 

    그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만들고

    그녀와 그렇게 벗으로, 지기로 지내며 터지는 일들을 그린 이야기이다.


    이 작품의 포인트는 어디까지나 

    스스로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자 하는 윤월의 총명한 발걸음이다.

    '내 주인은 나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자리에 서고자 

    윤월이 눈물겹게 펼치는 재능이 눈부시다.


    그녀의 눈부신 활동과 당당한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충분히 좋은 작품으로 남을 수 있겠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아가 창천과의 로맨스를 기대한다면 음...

    그건 좀 어려울 것 같다.


    여인이 아니라 하더니, 그저 벗이라 하더니

    어느 새 여인이 되었고, 갖고 싶다 말하는 창천도 뜬금없지만

    그저 그녀의 마음을 확인하고 황후 간택령을 거쳐 함께 한다는

    짧디 짧고 불친절한 전개도 로맨스로는 불합격이라 볼 수 있겠지.


    요즘 가볍기만한 로맨스 소설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 나로서는

    오히려 이런 전개가 산뜻하고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이 좋긴 했다.

    하지만, 이 책을 로맨스 소설로 바라보고자 한다면

    그렇게 재미있는 책이 아니될 수도 있겠다는 얘긴 해야겠다.


    나의 주인은 나이고,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 없다.

    그런데 왜 나는 남의 이야기에 이토록 휘둘리는지 모르겠다.

    남의 이야기나 시선, 평판에 신경쓰지 않고

    오롯하게 나만의 길을 가고 싶다.

    그런 면에서 윤월의 당당함을 본받고 싶단 생각이 든다.

    당당한 그녀가 그리울 때 언제든 볼 수 있게

    이 책은 소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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