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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비티; Gravity] - 알폰소 쿠아론 감독
    What I saw 2013. 10. 20. 01:00




    2013년 10월 18일 보다.



    개봉하기 전부터 트레일러 찾아보며 한껏 기대하고 있었던 영화.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한 만큼 정말 괜찮은 영화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산드라 블록의 연기, 압권이었다.

    연기 잘하는 연기파 배우라고 생각은 했지,

    그녀의 연기에 무섭게 빠져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았는데

    이번은, 달랐다.


    이 영화를 거의 그녀 혼자서 다 이끌어 간다고 해야 할까.

    혼자 이끌어 가고 그녀만 보이는데도 전혀 지루하거나 짜증나질 않는다.

    그녀의 상황에 몰입되고, 그녀의 감정에 몰입이 되어서

    그녀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고 상황이 더욱 처절하고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조지 클루니가 맡은 역도 중요한 역이고, 비중있는 역이었지만

    그녀의 역에 비하면 조연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영화는 그녀의 원맨쇼이다.


    SF 영화는 보지 못하고, 느껴보지 못하는 상상 속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가상으로 느껴볼 수 있게 해주는 게 매력이다.

    또한 작가나 감독과는 다른 상상을 해 볼 수 있는 여지도 많고.

    이 영화는 SF 영화이지만, 결코 비현실적이지 않다.

    즉 상상 속에만 있는 얘기가 아니라는 거다.

    오히려 처절할 정도로 '현실적'인 영화이다.


    진짜 우리 지구가 처한 현실은 지구 궤도를 떠돌고 있는 '우주 쓰레기' 350만개가 뒤엉켜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우주 쓰레기가 늘어나면 2년 내에 우주 쓰레기와의 연쇄 충돌로

    여러 위성이 동시에 괴멸되는 '케슬러 신드롬' 이 벌어질 수 있다고 한다.

    실제 2009년 2월에 미국의 '이리듐' 위성의 통신이 갑자기 끊긴 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수명을 다해 떠돌던 러시아 위성이 우연히 날아와 부딪혔던 것이다.

    순간 박살 나버린 위성의 파편 2천 개가 지구 궤도를 덮었었다.


    이 영화도 그러한 '현실'로부터 시작한다.

    러시아가 수명이 다한 위성에 미사일 로켓을 쏴서 소멸시키려 했는데

    오히려 폭파된 그 위성의  파편들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던 '익스플로러 호'를 덮치는 것으로 본격적으로 얘기가 시작된다.


    여자 주인공 산드라 블록, '스톤' 박사는, NASA 임무 전문가로 허블망원경 통신 모듈을 수리하던 중이었다.

    남자 주인공 조지 클루니, '매트' 중령?은 임무 총책임자로 밖으로 나와 닥터 스톤을 돕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위성 파편들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들면서 

    익스플로러 호와 허블 망원경을 비롯해 거기 있는 모두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게 되는데......


    이후 그녀가 겪게 되는 상황들은 절망적인 상황들의 연속이다.

    나라면 어땠을까, 나는 저 상황이라면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라는 생각을 그녀를 보면서 수없이 했더랬다.

    글쎄. 저런 곳에 남겨져 저런 상황이 온다면,

    어쩌면 나는 너무나도 절망한 나머지, 

    쉽게 목숨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그녀는 어땠냐고? 그건 보면 알 얘기다.


    거의 마지막에 그녀가 했던 이 대사가 너무나도 뇌리에 깊게 남았다.

    (정확하진 않을 것이다, 아마도. 저질 기억력 때문에)

    "(교신이 되지 않고 있는 휴스톤을 향해)

    앞으로 내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10분 내에 불에 타 죽는 것이고,

    하나는 멋진 여행을 다녀왔다고 자랑하는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이제는 밑져야 본전이다!"


    내가 정말 산드라 블록에게 완전히 몰입을 해서 봤었나 보다.

    정말 그녀의 '밑져야 본전' 이라는 그 느낌이

    "나도 그래! 나도 이젠 밑져야 본전이야.

    죽으면 어쩔 수 없고, 살면 또 그만이고."

    이런 생각이 들면서 굉장히 마음이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을 받았더랬다.

    그 이전에는 죽는 것이 두렵고,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공간에 혼자 남겨지는 것이 두렵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그 상황이 두렵다는 느낌이 강했고

    그래서 나라면 저 상황에 그녀보다 좀 더 쉽게 죽음을 택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상황이 저렇게 바뀌어 가고,

    저 대사를 하는 상황까지 다가오자

    정말 거짓말같이 모든 두려움이 일시에 싹 없어지며

    '밑져야 본전' 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며 시원하고 통쾌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 부분이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카타르시스를 준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뻔하지 않아서 좋았고

    SF지만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현실감 속에서 더 크게 긴장할 수 있어 좋았고

    닥터 스톤이라는 캐릭터와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좋았고

    그래서 그녀로 인해 강렬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던 영화였다.


    내년에 산드라 블록, 오스카 거머 쥐는 거 아냐? ^^;;;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목숨을 걸고 임무 수행하는 모든 우주 미션 전문가들!

    그들에게 한없는 존경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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