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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미제라블] 을 보다.
    What I saw 2012. 12. 24. 00:11



    2012년 12월 22일 보다.


    어린 시절 레미제라블, 장발장 책 한 번 안 읽어본 사람이 있을까.

    막연히 느꼈던 감동과 가슴벅찬 사랑이 지금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무척이나 궁금해졌고, 많은 기대를 안고 영화를 보았다.


    일단, 어린 시절 본 내용 그대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나이가 들어도, 어른이 되어도 느낌이 변하는 건 아닌가보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서 사랑받고 커가는 코제트는

    참으로 행복한 아이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역시 어린 시절 생각했던만큼 코제트는 행복한 아이였다.


    근데 영화의 감동을 오롯이 느끼기엔,

    뭔가 생각을 하면서, 되새겨 가며 영화를 나만의 방식으로 보기에는

    뮤지컬 형식으로 노래로 진행되는 대사가 다소 몰입을 방해했다.

    배우들도 열심히 노래 부르랴, 세밀하게 감정을 표현하며 연기하랴

    굉장히 힘들었을텐데 참 대단한 배우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스크린만 쳐다보는 나도 몰입이 안 되어 힘든데

    노래까지 부르며 연기하는 그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이 훌륭했다.

    하지만 역시 노래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더 큰 감동을 느끼기에는

    어려운 전달 방식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노래 형식이어도 충분히 좋았고, 그 감동이 더욱 배가 되었던 영화는

    [사운드 오브 뮤직] 외엔 생각나는 것이 없다.


    영화 [퀵 앤 데드] 에서 처음 보게 된 러셀 크로우란 배우.

    샤론 스톤과 함께 출연했던 서부 영화로,

    천부적인 총잡이 신부님 역할을 맡았었다.

    참 젊고 아름다웠던 그는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는

    완전한 남자, 완벽한 장군이 되어서 돌아왔다.

    그의 깊은 눈빛과 중후한 목소리는 [막시무스] 장군을 연기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조건을 갖췄었다.

    이번 [레미제라블]에서는 '자베르'라는 악역을 맡게 되었지만

    그의 중후한 목소리는 늘 옆에 mp3로 틀어놓고 듣고 싶은 만큼

    멋지고 아름다웠다.

    노래가 영화에 대한 몰입을 방해했지만

    그의 목소리와 노래만큼은 아름다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짧게 출연했지만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줬던

    판틴 역의 앤 해서웨이도 인상 깊었다.

    얼마전 그녀의 영화, [one day]를 참 감명 깊게 보았는데

    거기서 보여준 연기와는 또 다른 연기를 보여주니,

    역시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 밖엔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카메라가 역동적인 모습을 담아내고 강조하려 했는지 

    고정되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면서 

    빠른 장면 전환과 함께 많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었는데

    역동적이었을지는 모르겠으나,

    보는 내내 어지러워서 화면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어려웠다.

    그것이 심할 때는 그저 자막에만 눈을 두려고 노력해야만 했을 정도였다.


    전반적으로 노래로 전개되는 뮤지컬 영화였다는 점,

    그리고 카메라가 보여주는 장면들이 많이 어지러웠다는 점

    이 두 가지 점이 가장 마음에 안 들고 아쉬웠던 점이었다.


    이 두 가지를 제외한다면 나머지는 역시 '대작' 다웠다.

    혹자는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절로 날 정도일 것이라 했는데

    아쉽게도 눈물은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군데군데 가슴이 쨍한 부분은 있었으나

    마구 눈물을 흘려댈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내게 있어 이 영화는

    어린 시절 보았던 감동적인 소설책의 세계를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준 영화다.

    그것이 이 영화가 갖는 최대의 의미이다.


    아!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배역은

    '마리우스'를 짝사랑하는 에포닌이었다.

    그녀만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그녀의 사랑을 지켜내는 그녀는

    어쩌면 코제트보다 더 아름답고 멋진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코제트보다 못나고 코제트보다 험한 삶을 살지라도

    그녀는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사람이었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의 또 다른 의미가 있었군.

    어린 시절 본 책에는 기억에도 남지 않았던

    에포닌이라는 여인이 새로 각인되었다는 것.

    그것이 이 영화가 내게 준 두 번째 의미가 되겠군.


    책 속의 세상이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궁금하다면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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