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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벤 스틸러 감독
    What I saw 2013. 12. 24. 20:25




    2013년 12월 19일 보다.


    교보문고에서 하는 시사회 이벤트에 운좋게 당첨되어서 보러 갔더랬다.

    굉장히 감동적인 영화라는 얘기를 미리 들어서일까.

    정말 기대를 많이 했더랬다.


    원제는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이다.

    왜 제목을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로 지었을까.

    하긴, '월터의 삶의 비밀' 이렇게 짓기엔 영화에 기대되는 그 무언가가 없는 느낌이다.

    하지만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도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제목이라기엔 뭐랄까, 어떤 에세이의 한 글귀 같은 느낌이 든달까.

    뭐 적당한 제목이 없을까 생각해 봤다.

    그런데, 정말이지 적당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다.

    '월터의 모험', '월터의 기적', '월터의 선물' 등을 떠올려 봤는데

    영화의 내용과 딱 일치한다는 느낌이 부족하다.


    적절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건 뭘까.

    영화가 전해주는 메시지가 애매모호해서일까.

    영화에 푹 빠져들고 공감하지 못해서일까.


    이 영화, 어마어마하게 감동적이진 않다.

    어떻게 보면 정말 잔잔하기 그지 없는 휴먼 드라마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난 이 영화에서 무엇을 건져내어 간직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봤다.

    바로 떠오른 메시지나 이미지가 없었다.

    감동을 못 받은 것도 아니고, 공감을 못 한 것도 아닌데

    딱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찾기가 어려웠다.


    다만, 'LIFE' 매거진의 모토가 마음에 들었고, 그를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다.

    어떤 절실함이 월터를 평소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모험으로 이끌었고

    기적같이 경험하게 된 그 모험으로 인해 앞으로의 월터의 삶은 이전과는 달라지겠구나, 

    월터는 앞으로 좀 더 역동적인 자신만의 삶을 살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So What? (그래서 어쩌라고?)

    이런 질문이 날아든다면 더는 말을 잇지 못하겠다.

    '모험을 해라'가 답도 아니고 '월터처럼 살아라' 라고 하기엔, 월터의 앞으로의 삶이 정확히 '어떤' 모습일지 설명하기 어려우므로.


    '꿈꿔 왔고, 하고 싶었던 일을 현실에 치인다는 이유로 마냥 뒤로 미루고 

    하루하루 쳇바퀴 돌듯 '현실에 순응'한 삶을 살지 말고

    하고 싶었던 일도 좀 해보고, 꿈 꾸던 일도 좀 해 보면서 살아봐'

    이 정도의 메시지가 남았다고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그렇다고 현재를 다 버리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라 뭐 이런 얘길 하고 싶은 것 같지는 않고.

    왜냐하면 월터가 20년 가까이 해 온 그 일은 월터가 마지 못해 한 일이 아닌

    월터가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며 해 왔던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거의 맨 마지막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다.)

    어찌보면 월터가 이런 기가막힌 모험을 하게 된 것도

    단순히 자신의 일과 직장을 잃기 싫어서 그랬다기 보다는(물론 그런 것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반드시 찾아야만 하는 일이었고, 그 책임은 본인에게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책임을 다 하고자 하는 면도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어떤 절실한 필요 앞에서 하지 않던 모험들을 하게 되었지만

    그러한 '절실한 필요'가 없이도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일들을 조금씩 해 나가면서

    현실을 살아가고, 살아감에 있어 매 순간 최선을 다 하며 산다면

    이런 극단적인 모험을 통해 삶의 의미를 새로이 깨닫지 않고서도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게 이 영화가 전해주려 하는 '애매모호한'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따분한 삶을 다 버리고, 현실을 다 버리고, 어린 시절 하고 싶었던 꿈을 좇으세요!"

    라고 말하기엔, 월터는 단순히 현실에 안주하느라 평범하고 지루한 삶을 산 것이 아니라

    지루하고 평범한 삶이지만, 자신의 일에는 최선을 다 했기 때문에 다 버리고 떠나라 라는 말이 

    월터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역설이 되는 것이다.


    좀 더 다채롭고 행복지수가 높은 삶이란

    현실에 최선을 다 하되, 그 현실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로드맵을 갖고, 자신이 원하는 바, 이루고픈 것들을

    적절하게 양념처럼 섞어가며 보다 맛깔스러운 음식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월터는 운이 좋게도 그러한 깨달음을 얻을 계기가 있었던 게고.


    내 삶은 어떠한가?

    현실이라는 커다란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건 아닌가?

    어린 시절 상상만 해도 가슴 설레게 하던 꿈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이루지 못한 꿈들을 내 삶에 어떻게 버무려내야 할까?

    최선을 다해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 내 현실은 최선을 다 할 가치는 있는가?

    아니, '현실'이라는 것 자체가 '가치'를 논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닌

    그저 존재하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하는 그 무엇인가?


    숨막히는 현실에 둘러싸여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난 어떻게 살아야 좋을까. 

    늘 같은 질문이 반복되어 날아들지만, 답은 명쾌하게 튀어 나오지 않는다.

    너무 원론적인 질문이라 그런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구름 속을 걷는 기분이다.

    이 질문은 언제나 내 머리를 멍하게 만드는 것 같다.

    생각을 좀 하자고,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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