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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5월 17일] 영화를 보고 오다.
    안녕, 레오! 2019. 5. 17. 22:10

    집에 있으면 자꾸 녀석 생각이 나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남편과 같이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악인전'.

    급하게 예매하느라 자리가 없을 줄 알았는데(오늘이 금요일이기도 했고) 다행히 자리는 많았다.

    집에 레오 혼자 두고 나가는게 마음에 걸려서 레오의 두개골 유골로 만든 스톤을 하나 챙겨서 소중히 보듬고 함께 나갔다.

    늘 짧지만 어딘가 밖에 혼자 두고 나갈 때마다 늘 마음에 걸렸었는데.(물론 녀석은 늘 우리가 나가고 없으면 편안하게 잠을 청하는 것 같았다. 어려서부터 늘 엄마 아빠가 함께 있어서 이 녀석은 분리불안 같은 건 모르는 녀석이었다. 한번도 짖는 경우도 없었고. 참 착한 녀석이었다. 아, 잠을 청하는 건 집에 설치해 두고 나가는 카메라 덕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어찌나 편하게 자는지. 오히려 우리가 늘 집에 있어서 잠을 잘 못잤나 싶을 정도로. 우리가 한 번씩 나가줘야 이 녀석 편하게 자는 거 아냐? 그런 생각을 했었으니까.)

    레오도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나가는 발걸음도 그리 무겁진 않았다.

    그래도 차에 타니까 또 가슴이 막 쓰리더라.

    늘 차에 함께 타고 다녔던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날까봐 녀석을 손으로 꼭 쥐었다. 

    아파트 입구를 나서며 하늘을 보며 용기있게 한 마디도 했다.

    "잘 있냐?"

     

    그렇게 영화관에 도착해 보니 상영시간까지 한 20분 정도 남았더라.

    시간을 그냥 죽이기 뭐해서 오락실에 가서 평소엔 하지도 않던 슈팅게임도 했다.

    둘 다 실력이 일천해서 금방 끝나긴 했지만 그래도 시간을 제법 괜찮게 떼우긴 했다.

    영화관에 들어가 레오는 주머니에 소중히 넣고 주머니를 한 손으로 소중하게 감싸고 앉았다.

    그리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오빠의 손을 잡았다.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남편이 아니었다면, 지금 난 얼마나 무너져 있을까.

    남편도 나만큼 힘들고, 나만큼 많이 울었다.

    하지만 내가 슬퍼할까봐 내 앞에선 애써 밝은 척을 한다.

    근데 그 마음이 얼마나 쓰린지, 얼마나 슬픈지 난 잘 안다.

    왜냐하면, 우리 레오는 엄마인 나보다, 아빠인 오빠를 훨씬 잘 따랐으니까.

    오빠 말론 남자들끼리 통하는 게 있어서 그렇다는데.

    둘이서 같이 나란히 앉아 나를 보고 앉아서 '부자포' 눈길을 쏴댄다면서 좋아하곤 했는데.

     

    영화는 재미있었다.

    레오가 있을 때 레오와 함께 온 가족이 넷플릭스에서 '유랑 지구'를 본 적이 있다.(가장 최근 본 영화)

    중국이 저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에,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둘 다 놀랐었는데.

    나오면서 둘이 그런 얘기를 했다.

    "제대로 된 SF(유랑 지구 같은) 못 만들거면 스토리 탄탄하게 써서 이런 영화(악인전) 잘 만드는 게 낫지."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잘 만든 한국 영화를 본 것 같단 생각도 했고.

    쿠키 영상이 남았나 안 남았나 기다릴만큼, 아니 보고 싶을만큼 재미있었다.

    영화관을 나오며 레오를 주머니에서 꺼내며 말을 걸었다.

    "너도 재밌게 봤냐?"

    그러자 남편이 그러더라.

    "어? 이거 청불인데. 레오 보면 안 되는데."

    "우리 레온 왕좌의 게임도 보는 앤데, 이걸 왜 못 봐."

    그러게. 

    말하고 보니 그 수많은 왕좌의 게임도 시리즈 1부터 우리 레오랑 같이 봤었네.

    오늘 스크린 채널에서 왕좌의 게임 시즌 8의 5편 또 하는데......

    4편까진 같이 봤는데.....

    남은 두 편 못 보고 가서 어떻게 하냐......

    아...... 또 슬퍼지네.

    괜히 생각했네.

    영화관에선 그 생각 못 했는데 이렇게 글로 적다보니 생각이 난다.

    슬픔을 극복하고 싶어서, 어떻게든 레오랑 다시 만날 때까지 씩씩하게 살고 싶어서 이 글을 쓰는건데, 쓰기 시작했을 때는 그래도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이렇게 쓰다보니 또 슬퍼진다.

    더 써야 할까.

    아님 지금 글은 여기서 마무리 해야 할까.

    원래 여기까지 쓰려던 건 아닌데 어떻게 할까.

     

    한 숨 한 번 쉬었다.

    힘을 내서 쓰려던 부분까지 써야겠다.

     

    차를 타고 집으로 오다보니 집에 들어갈 일이 또 걱정되더라.

    늘 집에 남편과 짧은 외출을 마치고 들어갈 때마다 남편이 문을 열며 그랬었다.

    "레오~~~~~ 우리 레오! 잘 있었어?"

    지금은 그렇게 말할 레오가 없다.

    지금은 그렇게 말해도 자다가 후다닥 뛰어나오며 미친 듯이 반갑게 맞아줄 레오가 없다.

    집에 들어갈 때마다 이게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는지 모르겠다.

    집에 있으면 녀석 생각에 힘들고, 집에 나가도 집에 들어갈 일이 걱정이고.

    그래도 우린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조용히 집에 들어갔다.

    늘 힘차게 부르던 아이의 이름은 생략한 채.

     

    집에 들어와서 주머니에 따뜻하게 있던 녀석을 꺼냈다.

    남편에게 말했다.

    "이제, 이 녀석, 잘 자라고 다시 넣어줘야 하지 않을까?"

    레오의 영정과 레오의 유골함, 레오의 스톤이 있는, 예전에 레오가 단독으로 쓰던 레오의 방으로 들어갔다.

    스톤이 놓여 있는 박스 앞에서 남편이 망설였다.

    "다시 넣는게 맞을까?"

    "나도, 모르겠어. 어떻게 하지? 그냥 내가 계속 들고 있어? 그럴 순 없잖아."

    한참을 우리 둘은 레오의 영정 사진, 유골함, 스톤 보관함 앞에서 망설였다.

    그러다 오빠가 스톤을 다시 곱게 넣었다.

    "일단은 넣어두자."

    "그래."

    그러고도 한참을 그 자리를 못 벗어났다.

    내가 한 마디하며 돌아섰다.

    "잘 자. 지금 자고 있는 거지?"

    집에 있었으면 지금 잘 시간이었다.

    이 녀석은 자기 방이 따로 있어서 잘 시간이 되면 양치질을 하고 치아 건강에 도움이 되는 껌을 먹고 잤다.

    그게 보통 9시 30분에서 10시 사이였다.

    또는 엄마 아빠가 집에서 영화 시청을 하거나 하면 같이 보느라 좀 더 늦어지기도 했고.

    지금은 늘 하던대로 하늘에서도 자고 있겠지.

    이 시간이면 졸려 했으니까.

    거기선 양치질 하나 모르겠네. 누가 해주나? 

    좋아하는 덴탈껌은 잘 먹고나 자는지 모르겠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가네.

    자고 일어났을 때는 기분이 견딜만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죽을 것처럼 힘들어지더라.

    가슴 한 구석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하고 숨도 잘 안 쉬어지는 것 같고.

    영화를 보고 와서 좀 괜찮아지긴 했는데.

    내일은 또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

    아니, 오늘 잠은 또 어떻게 자야할지 모르겠다.

    어젠 밤에 자면서 둘다 우느라 제대로 자지도 못했는데.

    오늘은 부디 안 울고 잤으면 좋겠다.

    울면서 자다보니 코가 막혀서 잠 자는게 너무 힘들었거든.

     

    "잘 자! 레오! 엄마 아빤 네가 항상 옆에 있다고 생각할게!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말고 재미있게 놀아!"

     

    레오

    * 레오 영정 사진이자, 2019년 4월 8일에 찍은 사진.

    장례식장에서 영정 사진을 제작해 준다고 핸드폰에 있는 사진 중 하나 보내달라고 하는데 수많은 사진 중 뭘 보내야 좋을지, 너무 황당하고 슬퍼서 경황도 없는 와중에 그나마 최근에 찍고 녀석의 표정이 좋아보이는 사진을 보냈다. 

    이 사진을 마주하는 것도 참 힘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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