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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의 선비, 귀신과 통하다] - 장윤선
    What I read/역사, 교양 2015. 2. 24. 16:02




    2015년 2월의 어느 날 ~ 23일 읽다.


    역사, 기담, 귀신, 수퍼 내추럴, 판타지 이런 키워드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키워드라 할 수 있겠다.

    '조선의 선비, 귀신과 통하다' 이 책은 이러한 키워드를 모두 만족시켜 주는 책이니 얼마나 기대가 컸겠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카더라'식의 근거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는 잡설이 아니라, 저자가 논문을 쓰면서 알게된 사실들을 정리해 이야기해주는 책이라 자칫 한없이 가벼워질 수 있는 컨텐츠의 내용을 학술적으로, 좀 더 보기 좋게 풀어내고 있다.

    비상식적이고, 비현실적일 수 밖에 없는 컨텐츠를 학자의 입장에서 조곤조곤 이야기 해주어 균형이 조화롭게 맞는달까.


    그러나 조금 아쉬웠던 것은, 조선 시대의 선비들이 귀신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해 좀 더 많은, 그리고 기존에 알지 못했던 신선한 이야기들을 잔뜩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성에 차지 않았다는 것.

    유교를 최고 이념으로 생각하며 공부하고 실천하던 선비 입장에선, 유교에서 말하듯, 사람이 죽어 기가 흩어지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닌 귀신 현상이 달갑지 않았을 테지.

    그리하여 기록도 많지 않았을테고.

    무속신앙, 불교신앙, 토속신앙에 가깝게 살았을 일반 민중들은 정말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기이한 이야기를 알고 있을테지만, 그들은 기록할 줄을 몰랐을테고.


    그래도 단편적이나마 그 시대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는 것이 굉장히 뿌듯하고 재미있긴 했다.

    일반 민중들이 스스로의 경험을 글로 남길 수 없었던 당대 현실이 아쉬울 따름이고.


    저자가 바라보는 귀신담, 귀신론은 이렇다.

    귀신의 실재 여부를 떠나, 귀신론은 당대의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비춰주는 거울이라는 것이다.

    억압받고 핍박받는 민중들의 고초, 그네들의 한 어린 삶을 투영해 주는 것이 귀신담이라는 것이다.

    현대에 변형되어 가는 귀신담을 보며 정말 과거와는 다른 사회상이 투영되고 있음을 알게 되니, 섬뜩하단 생각마저 들더라.

    참으로 각박한 세상이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결국, 귀신도 한 때를 살았던 사람이고,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싶고, 무언가 원한이 있고, 누군가 들어주고 관심 갖길 바래서 나타난다고 생각하니, 생각보다 그리 무서울 것 없겠다는 생각도 들더라.

    뭐, 그렇다고 해서 귀신의 실재를 믿는 정도까진 아니겠지만 실재하면 또 어떠랴.

    알고 보면 그리 무서운 존재가 아닐진데.


    제법 재미있는 책이었다.

    다음은 뭘 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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