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 read/로맨스

[십일야] - 윤이수

한 걸음씩 2018. 8. 29. 22:17


2018년 8월 25일 ~ 26일 읽다.


이 책과의 만남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어찌보면 내 집착과 관계가 있기도 하고.

뭘 읽을까 서재의 책장 앞에서 한참 책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십일야가 1권만 꽂혀 있는 게 아닌가.

분명 2권이 있는 책인데 아무리 찾아봐도 2권이 안 보이는 것이었다.

난 이런 거 못 참는다.

그래서 날도 더운데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책장을 하나씩 다 뒤집기 시작했다.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한 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끈질기게 매달렸다.

결국 집안의 책장이란 책장은 다 뒤져서 막판에 2권을 찾아냈다.

무려 3시간 정도나 걸려서.

책은 계속 늘어나는데 책장의 공간이나 집의 공간은 늘어나질 않으니 이젠 원하는 책을 찾으려면 제법 시간을 들여야 하더라.

남들은 책을 잘만 팔던데, 난 책 파는 것도 어려운 것 같고, 게다가 버리는 건 더 힘들고.

그냥 이렇게 평생 책을 안고 살아야 할 운명인가 보다.

그래도 덕분에 며칠 전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명상록'도 찾았다.

3시간의 중노동이 전혀 아깝지 않더라.

나중엔 건물 하나 따로 지어서 내 전용 '도서관'을 만들어야겠다.


그렇게 우연히 2권이 없다는 것을 알고 뒤져서 찾아낸 2권과 함께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우연히 찾은 책이었는데, 재미있기도 무척 재미있더라.

요즘은 날이 더워서 그런지 책 읽는 것 자체가 버겁다고 여겼었는데, 이 책은 그야말로 딱 내 취향을 저격했단 말이지.

덕분에 로맨스 소설에 대한 애정이 다시 조금 살아난 것 같기도 하고.


조선의 공주, 이단.

그녀는 박 내관과 함께 대륙의 중원을 여행하는 중이다.

그러다 독에 중독되어 죽을 지경에 다다르자, 박 내관이 사마곡주에게 부탁해 그녀의 의식을 다른 신체에 옮기게 된다.

옮기게 된 신체는 웬만한 여인보다 아름다운 사내의 몸.

그녀의 몸 상태를 치료해줄 치료약을 찾을 때까지.

근데 그 치료약이 마침 무림맹에서 주최하는 무림대회의 우승 상품으로 걸렸다.

그리하여 그녀는 사내의 행색으로 무림대회에 나가게 되고, 거기서 그녀의 인연들을 만난다.

하나부터 열까지 뻥만 있는 것 같은 허풍쟁이, 단목운.

차가운 냉미남 흑월.

우락부락 연철웅.

이들과 얽히면서 전개되는 이야기가 제법 재미있다.

남주도 좋고, 안타까운 남조도 좋았고.

그들의 우정도 좋았고.

안타까운 남조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고 물러서서 아쉽긴 하더라.

좀 더 아련하고 설레게, 좀 더 남주를 위협할 만큼 여주와 강렬하게 부딪히는 게 있음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과 느낌이 비슷하단 생각도 했었고.

물론, 그들의 우정이나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는 그런 면들에 한해서겠지만.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한없이 가볍지도 않아서 좋았던 작품.

이 작품의 여주 이 단이 작가의 다른 작품, '비단 꽃신' 주인공들 딸이라길래, 이 책 다 읽자마자 고이 모셔놓고, 바로 '비단 꽃신'을 꺼내서 침대 앞 탁자 위에 올려 놨다.

이 재미와 여운이 얼른 가시기 전에 '비단 꽃신'을 읽어야겠다.


이 작품은 나중에 재탕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소장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