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 read/로맨스

[은행나무에 걸린 장자] - 서야

한 걸음씩 2012. 4. 7. 16:31



2012년 4월 6일 - 7일 읽다.


요즘은 왜 이렇게 책 읽는데 속도가 더딘지...

평소라면 몇 시간이면 후딱 읽어내렸을 책을 이틀을 잡았다.

재미없어서 그랬냐고? 

다 읽은 지금은......

잔잔한 여운이 참으로 오래가겠구나 싶어서 애가 탄다.


서야 작가의 책을 처음 읽은 것 같은데

이 작가, 글 참 잘 쓴다는 생각이 든다.

부족한 필력을 소재의 힘으로 메꾸는 작가들이 많은 요즘

이 작가는 필력 하나 만으로도 독자를 충분히 사로잡을 수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은행나무에 걸린 장자라는 이 책의 소재가 별로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잔잔하면서도 아름다운 글 한편을 본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굳이 강한 소재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사람을 이토록 강하게 흡입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대단해 보였다.

어쩌면 그리도 감정선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는지.

주인공들의 감정에 따라 놀래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이토록 깊이 공감해보긴 참 오랜만인 듯 하다.


오랜 전통을 이어 내려오는 대종손이자 남주인 위,

코찔찔이에 동네에 침 좀 뱉고 다녔다는,

어린 시절 전쟁놀이를 통해 또래 남자아이들을 죄다 울린 여주, 은목.


종가집이라는 것이, 그리고 그곳의 종부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위가

진정 사랑하는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바람같이 날고 싶어 하는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놓아주는 것 밖에 없었는데...

그 절절한 사랑에, 그만의 사랑 방법이 너무나 아름답고 아프기도 해서

아주 오랜 시간 '위' 라는 남주가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런 사랑을 받는 은목은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 사랑을 받는 다면 누구나 다 마다한다는

종부로서의 삶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과 벗삼고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고택에서의 삶을 상상해보았다.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계획만 세워진다면

그 삶도 살아볼만하다, 아니 살아보고 싶어졌다 생각이 들었다.


아~ 그나저나 이 빌어먹을 다리가 나아야 여행을 다니든

그런 곳을 찾아보러 다니든 할텐데...

봄이라 마음은 싱숭생숭한데 

골절된 뼈는 붙을 생각을 하지 않고

나를 답답한 집안 안에 붙들어 놓는다.

여름이 오기 전에 나을 수 있으려나.


나아서 직접 다녀볼 수 있을 때까지는

책 속의 위를, 은목을 상상하고

마음 속의 그들을 상상하며 달래야겠다.


이 책은 여러번 재탕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정말 이 여운을 오랫동안 놓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