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 saw

[스파이] - 이승준 감독

한 걸음씩 2013. 9. 23. 22:31




2013년 9월 21일 보다.



이 영화, 명절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려고 선택했더랬다.

결론적으로, 스트레스 Killing 용으로 아주 적당했다고 생각이 든다.

게다가 '관상'보다 더 나은 영화라는 생각까지 들었으니.


개인적으로 한 때 좋아했다가 재혼 이후 좋아하지 않게 된 배우, 설경구가 출연한다 해서

보지말까 고민하기도 했었으나 스트레스를 어떻게든 삭여야 겠다는 생각에 선택한 영화이다.

스트레스를 완전히 날려버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고민없이, 생각없이 보면서 몇 번 웃을 수 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정말이지 웃을 일이 없어서 이렇게라도 몇 번 웃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던지...


문소리가 이런 코믹한 캐릭터도 잘 한다는 생각에 참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니엘 헤니는 연기를 보러가는 게 아니라 얼굴을 보러 가는 거고.

설경구는 문소리와의 호흡이 뛰어난 점은 돋보였으나 연기는 뭐 그저 그랬었다는...

문소리 때문에 영화의 맛이 한 껏 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헐리웃 영화 '트루 라이즈'가 떠올랐더랬다.

거기서도 아내는 남편이 스파이인 줄 모른 채, 

남편을 노리는 일당들에게 납치를 당하게 되고

상황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남편의 정체를 알고

함께 하게 된다는 스토리.

이 영화도 그 스토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정말 거~의 유사하다고 여겨진다.


다만, 아내에게 접근한 스파이가 트루 라이즈에선 

스파이 행세를 하는 가짜 찌질이 스파이였던 반면,

여기선 아내에게 접근한 스파이가 진짜 스파이였다는 점

그리고 그가 남편이 상대해야 할 진짜 적이었다는 점이 달랐달까.


다니엘 헤니가 그토록 지독한 스파이가 된 데에 대한 설명도 개연성이 다소 부족해 보이고

그가 내뱉는 절규 역시 마음에 하.나.도 와 닿지 않았다.

굉장히 절절하고 가슴 아플만한 사연이고 소재인데

왜 하나도 와닿지 않고 공감이 되지 않았을까.

그 소재의 분량이 너무 적은 탓일까.

배우의 연기 탓일까.

하긴 그 얘기를 진지하게 담아내는 순간

이 영화는 코미디를 잃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선 머리 아프고 생각이 필요한 소재는 빼는 것이 좋을 수도.


이 영화는 논리적 잣대나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고 보지 않고

기분좋게 웃고 나올 수 있으면 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는 나름 성공적인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